Page 87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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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어머니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
록 차단하는 힘을 발휘하고, 이미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를 드러낸다.
의미성, 차단성, 존재성의 삼위일체가 아기의 울음인 것이다. 깨달음의
언어가 바로 이러한 인식-차단-존재의 삼위일체성을 본질로 한다는
것이다. 3요 역시 논의가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관념의 지배를 받지
않는 말, 상황에 따라 도에 들어가도록 이끄는 살아 움직이는 말, 분별
을 떠나 한마음으로 돌아가 비추도록 하는 말이 되어야 한다는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이 임제스님 3현3요의 핵심이다. 이것은 혹은 집
착을 깨뜨리고 혹은 법을 지킨다. 그래서 3현의 창과 방패라고 표현한
것이다.
한편 조동종의 5위군신은 ‘정(正=君=空)’과 ‘편(偏=臣=色)’, 그러니까 진여
와 현상의 다섯 가지 조합을 통해 실상을 드러내는 방편설이자 지위설이
다. 조산스님의 해설 등에 따르자면 그 지위설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제1위는 정중편正中偏이다. 진여 본체(正) 속에서 분별의 속박을 뚫고
일어나는 깨달음(偏)이다. 아직 분별의 힘이 더 커서 깨달음을 삼켜 버
리는 상황이다. 최초로 진여에 눈뜨는 단계이다.
제2위는 편중정偏中正이다. 훈습의 공부(偏)를 통해 이치(正)에 점점 계
합해 가는 단계로서 깨달음 이후의 공부를 지어 나가는 지위이다.
제3위는 정중래正中來이다. 법신(正)을 증득하여 세속으로 돌아오는 도
중(來)에 있는 지위로서 이치와 현상의 불이성에 대한 체화가 일어난다.
제4위는 겸중지兼中至이다. 법신의 광명을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
하는 지위이다. 진여와 한 몸으로 계합하여 지혜가 물처럼 흘러나온다.
제5위는 겸중도兼中到이다. 진여와 현상이라는 흔적조차 남지 않은
지위이다. 원명적조한 구경열반의 자리이다.
이것을 군신의 관계로 설명하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신하의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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