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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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言機境이 似相踏①[蹈]習은 要皆不期然而然也라 ②[使當時宗
師, 苟欲尙異而自爲一家之傳, 則不勝其謬矣. 以若所爲, 豈堪傳
佛祖照世之命燈乎 .] 今之禪流가 泥乎宗旨而起夾截虛空之妄見
하야 互相長短③[短長]하니 余知五家④[宗]之師가 於大寂定中에
莫不掩鼻⑤[矣]로다
선문정로 위앙의 근엄과 조동의 세밀과 임제의 통쾌와 운문의 고고
高古와 법안의 간명簡明함은 각각 그 천성에서 나왔으니, 부자간父子間
에 고보故步를 부실不失하여 어언語言과 기경機境이 상호답습相互踏習
함과 상사相似함은 요컨대 기필期必치 않은 당연이다. 지금의 선류禪
流들이 각 종지에 이폐泥蔽되어 허공을 협절夾截하는 망견妄見을 기起
하여 장단長短을 상호 운위云謂하니, 5종五宗의 조사들이 대적정大寂
定 중에서 엄비掩鼻하지 않을 수 없음을 여余는 명지明知하는도다.
현대어역 위앙종의 근엄함, 조동종의 세밀함, 임제종의 통쾌함, 운문
종의 고고高古함, 법안종의 간명함은 모두 그 종조의 천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스승과 제자 간에 앞에 걸었던 발자국을 놓치지 않
고자 하다 보니 말이나 상황 대처가 서로 비슷하게 되었다. 원래대로
따르고 내려오는 대로 습관이 되다 보니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님에도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다. [만약 당시의 종사들이 정말로 다름을 추
구하여 스스로 일가를 이루고자 전수한 것이라면 그 오류가 엄청날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부처님이나 조사들의 세상을 비추는
생명의 등을 전해 받을 수 있었겠는가?] 오늘날 선을 하는 사람들은
종파적 주장에 빠져 허공을 잡아 칼로 재단하려는 허망한 견해를 일
으켜 상호 간에 장점과 단점을 겨루고 있다. 5가의 종사들이 크게
제18장 현요정편 · 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