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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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명明明히 만상萬象을 총해總該하니 중양구월重陽九月에 국화菊花가
참신嶄新하도다.
현대어역 3현3요는 나눌 수 없는 것이다. 종지를 증득하고 말을 잊어
야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 한마디 말이 분명하게 만 가지 모양을 갖
추었으니, 9월 9일 중양절에 국화꽃 새롭다네.
[해설] 분양선소스님은 임제스님의 5대 계승자이다. 이 법문은 3현3
요에 대한 모든 분별적 접근을 차단한다. 실제로 분양스님 이후 3현3요
를 3으로 구분하여 이해하는 이들 이 사라졌다는 말이 있기까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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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분양스님은 종지를 얻고 언어의 틀을 벗어난 사람이라야 도를 가까
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3현3요는 어떤 신비한 언어적 기법
이 아니다. 진리로 돌아가 걸림 없는 사람이 내놓는 말에는 3현3요가
저절로 갖추어지게 되지만 이 또한 지해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
다. 그래서 3현3요의 일은 분석하기 어렵다고 했다.
요컨대 깨달은 이에게서 나오는 말은 3현3요를 갖춘 말이고, 분별에
빠진 이는 꿈에서도 알 수 없는 것이 3현3요다. 그러니까 3현3요를 세
가지의 현묘함, 세 가지의 요점으로 일일이 분별하여 말하는 것은 이미
임제스님의 뜻과 천만리로 멀어지는 것이다.
3현3요는 법문의 깊고 옅음도 아니고 깨달음의 고하도 아니다. 하나
의 말이 의미성, 차단성, 존재성을 갖추고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수행
481 물론 분양스님 이후로도 담우湛愚스님 같은 이는 그의 『심등록心燈錄』(4권)에서
분양스님설에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3현9요야말로 임제스님의 뜻이라고 주장하
기도 하였다. 민국 초의 선승이었던 정과正果스님은 그 내용을 초록하여 문자선,
갈등선의 참고 자료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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