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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삼매 속에서 모두 코를 잡을 일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해설]  5가의 가풍은 그것의 출발이 되는 스님들의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임제스님은 성품이 장군 같았으므로 통쾌한 방식으로 제자들
            을 담금질했다. 동산스님이나 조산스님은 그 성품이 선비와 같았으므

            로 조곤조곤 세밀하게 제자들을 이끌었다. 모든 스승들이 각기 자기의
            성품과 깨달음의 체험에 기초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수행자를

            이끌었다. 5가7종은 가장 두드러진 예에 속한다. 그런데 후세 사람들은
            그 흔적들을 세세하게 분류하여 시비분별, 취사선택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중봉스님의 법을 이은 천여유칙스님은 동물의 훈련을 위

            한 도구로 비유를 든다. 소는 코뚜레로 훈련한다. 말에게는 재갈을 쓴
            다. 나귀는 말뚝에 묶어 길들이며, 코끼리는 갈고리로 훈련한다. 이 동

            물들이 말을 듣도록 하는 일은 한가지이지만 도구는 각기 다르다. 누
            군가 여기에서 코뚜레보다 재갈이 좋다거나, 말뚝보다 갈고리가 낫다는

            등급을 매긴다면 누가 동의하겠느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렇게 우열과 심천을 논의하는 일에 힘

            을 쓴다면 그로 인해 수행에 써야 할 시간과 에너지가 허비된다. 성철
            스님은 경전과 어록을 읽는 일만 해도 문제가 된다고 배격하는 입장이

            다. 그 우열과 심천을 다투는 일로 인해 겹겹의 장애를 자초하는 일은
            말할 것조차 없다. 그러므로 5종의 “우열 심천을 망론妄論해서는 안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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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것이다.
               ①과 같이 ‘도습蹈習’을 ‘답습踏習’으로 바꾸어 표현했다. ‘도습蹈習’은




             479   퇴옹성철(2015),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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