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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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를 공략한다면 3현3요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3현3요는 깨
달음의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자후의 다른 말이다.
①과 같이 ‘분명分明’을 ‘명명明明’으로 바꾸었다. 같은 뜻이지만 어감
의 강조가 일어났다.
②에서는 ‘9일九日’을 ‘9월九月’로 바꾸었다. 9월 9일 중양절을 표현하
는 데 있어서 9일보다 9월이 효과적이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이 평기식 7언 절구는 운은 물론 평측까지 맞춘 시이다. 모든 글자가
깊은 고려 끝에 그 자리에 위치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성철스님은 이러
한 언어적 고심에 대해 도무지 배려할 생각이 없다. 격식은 허물어져야
완성된다. 성철스님의 글자 바꾸기는 완전한 격식을 허물어 그 뜻을 완
성하는 묘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 원문에 이미 “뜻을 얻으면 말은 잊어
야 한다. (得意忘言)”는 구절이 들어 있다.
【18-4-④】 報汝通玄士하노니 棒喝을 要臨時니라 若明親的旨면
半夜에 太陽暉로다
선문정로 여등汝等의 통현通玄한 고사高士들에게 보고하노니 방할棒喝
을 임시臨時하여 요용要用할지니라. 만약에 친적親的한 심지深旨를 명
득明得하면 반야半夜에 태양이 휘황하도다.
현대어역 3현3요에 통달한 너희 수행자들에게 말하노니, 몽둥이와
고함은 때에 맞게 써야 한다. 스스로 그 정확한 종지를 밝게 증득한
다면 한밤중에 태양이 빛나리라.
[해설] 초원자명스님의 3현3요에 대한 도송都頌에서 가져온 인용문이
제18장 현요정편 · 8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