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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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三要路가 구비具備하니라.
현대어역 한마디 말 속에 3현의 문이 갖춰져 있고, 하나의 현문에 3
요의 길이 갖춰져 있다.
[해설] 임제의 종풍을 대기대용大機大用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진여에
바로 상응하는 길을 걸으므로 말에 착안한 분석을 용납하지 않는다. 3
현3요라 해 놓고 3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는 이 현장 자체가 대기대용,
즉 3현3요를 구현하는 현장이라 하겠다. 생각으로 도달할 수 없는 현玄
이 하나도 아니고 세 가지나 된다. 그러므로 생각을 움직여 분별할 생
각을 내는 순간 도에 어긋나 버린다. 전력을 쏟아야 통하는 관건적 긴
요함(要)이 세 가지나 된다. 그러므로 눈 깜박이는 일조차 흠이 된다. 어
떤 치밀한 분석이라 해도 이미 완성된 뱀 그림에 발을 덧붙이는 화사첨
족의 만행이라는 점, 이것이 3현3요의 함정이라 할 수 있다. 지해로써
불법을 상대하는 이들은 모두 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①에서는 ‘유有’ 자를 ‘구具’ 자로 바꾸었다. 두 글자 모두 ‘갖추고 있다’
는 뜻을 전달한다. 원문에서는 3현의 문이 ‘갖춰져 있음(具)’을 말한 앞
의 구절에 쓰인 글자와의 중복을 피해 ‘유有’ 자를 썼다. 그렇지만 성철
스님은 이 수사학적 고려가 도대체 걸리적거린다. 말과 글은 정확한 뜻
만 통하면 되는 것이라는 성철스님의 문장관이 확인되는 지점이다.
【18-4-⑦】 豁開三玄三要①[三要三玄]路하니 坐斷須彌第一峰
이로다
선문정로 3현3요의 대로大路를 활개豁開하니 수미須彌의 제일봉第一峰
제18장 현요정편 · 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