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2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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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말하였다. “3요의 도장 찍은 것을 열어보면 붉은 점들이 좁게
붙어 있어서 주객을 나눌 틈이 없다.” “제2구는 무엇입니까?” 임제
스님이 대답하였다. “오묘한 이해에 무착의 질문이 들어올 틈이 없
으니 방편이 어찌 흐름을 바로 끊는 큰 기틀의 상근기를 저버리랴.”
“제3구는 무엇입니까?” “무대 위의 인형놀이를 보라. 그 움직임은
모두 뒤에 숨은 사람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임제스님은 3현3요를 세 가지로 나누어 설한 것일까? 그런
데 다시 살펴보면 세 번의 질문에 대해 주객의 소멸, 오묘한 이해, 진여
의 작용을 말함으로써 모두 같은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매번의
대답은 이해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 첫 번째 질문이 들어오자 주객을
나눌 틈이 없다는 말로 차단한다. 주객조차 나눌 수 없는데 제1구, 제2
구, 제3구를 어떻게 나누겠는가? 두 번째 질문이 들어오자 논의제일인
무착보살의 질문조차 들어올 틈이 없다고 답한다. 세 번째 질문이 들어
오자 남의 장단에 춤을 추는 꼭두각시놀이를 말한다. 그러니까 임제스
님은 세 번 대답했지만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성철스님이 3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임제스님, 분양스님의 뜻에
계합한다.
①과 같이 ‘일현중一玄中’을 ‘일현문一玄門’으로 바꾸어 표기했다. 그런
데 번역문에는 ‘일현一玄 중에’로 원문과 같이 옮기고 있다. 변환의 의도
가 없었으므로 ‘문門’을 ‘중中’으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
【18-4-⑥】 一句中에 具三玄門하고 一玄門에 具①[有]三要路니라
선문정로 일구 중에 3현문三玄門이 구족具足하고 일현문一玄門에 3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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