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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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一轉語마다 각각 3현3요三玄三要와 4료간四料簡과 4빈주四賓主와
동산5위洞山五位와 운문3구雲門三句를 구비하니라.
현대어역 중이 오조법연스님에게 물었다. “부처란 무엇입니까?” 법연
스님이 말했다. “가슴은 드러내고 발은 맨발이네.” “불법이란 무엇입
니까?” 스님이 말씀하셨다. “큰 사면령이 내렸지만 아직 풀려나지는
않았다.” “무엇이 승가입니까?” “낚싯배 위의 현사사비스님이다.” [대
혜스님이 말했다.] 이 세 마디의 깨달음으로 돌리는 말 중의 한마디
한마디에 3현3요와 4료간과 4빈주와 동산5위와 운문3구가 갖추어
져 있다.
[해설] 불법승을 묻는 질문에 대한 법연스님의 대답에는 일심법계의
도리가 피력되어 있고, 언어도단의 작용이 구현되어 있으며, 말 자체로
존재성을 지니고 있다. 요컨대 이 대답은 불교의 언어가 추구하는 모
든 것을 담고 있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은 모
두 깨달음의 말이다. 그것이 3, 4, 5, 혹은 99, 100의 숫자로 표현된다
해도 깨달음의 표현이라는 점에 있어서 동일하다. 3현3요와 4료간과 4
빈주와 동산5위와 운문3구의 숫자들은 상황에 따라 8만4천이 될 수도
있고 0이 될 수도 있다. 성철스님이 종풍에 따라 나타나는 3, 4, 5의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체의 설명을 생략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통해 종사들의 한마디 말은 “모든 정안종사들의 동일한 종취를
빠짐없이 구비” 485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성철스님
에게 있어서 궁극의 깨달음은 동일한 것이다. 여래선과 조사선의 깨달
485 퇴옹성철(2015), p.386.
제18장 현요정편 · 8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