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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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문에 표시한 바와 같이 ①과 ③의 ‘향向’ 자가 누락되어 있다.
1981년 초판본에 바로 되어 있었으나 1993년에 가로쓰기로 바꾸면서
오류가 일어나 2015년 본에 이르고 있다. 바로잡아야 한다.
②와 같이 긴 문단이 생략되었다. 조동5위의 경계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이라는 본격 공안
을 제시하기 위한 서론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정중편, 편중정, 정중래,
편중지, 겸중도에 대한 비유적 설명은 지위에 대한 논의로 이해될 소지
가 충분하다. 생략된 문장 속에도 ‘만약 한 공안만 깨달으면 나머지는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위설의 흔적
은 지울 수 없다. 이에 성철스님은 이 문단을 생략하고 본론에 해당하
는 공안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④와 ⑤의 ‘여黎’ 자를 ‘이梨’ 자로 바꾸었다. ‘사려闍黎’와 ‘사리闍梨’는
모두 아사리阿闍梨와 같이 승려를 높이는 호칭이다. 보다 보편적인 표현
으로 바꾼 것이다.
⑥의 ‘정각정正却正’은 ‘편각정偏却正’의 오류이다. 1981년 초판본에 바
로 되어 있던 것이 1993년에 가로쓰기로 바꾸면서 오류가 일어났다.
바로잡아야 한다.
한편 이 ‘편각정偏却正’은 ⑦에 표시한 ‘편각원偏却圓’으로 된 원문을
성철스님이 바꾼 것이다. 본질적 바름(正)과 현상적 치우침(偏)은 상호
융합적 통일 관계에 있다. 이것이 회호回互 관계이다. 그러니까 정正과
편偏의 상호 통일 관계를 표현하자면 정각편正却偏, 편각정偏却正이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원문의 정正, 편偏, 원圓을 변증법(정, 반, 합)으로 해석
할 수 있는 문맥이지만 역시 그렇게 하면 지위론이 세워진다. 이처럼 회
호의 논리에 충실하면서, 나아가 지위론적 해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
해 수정을 가한 것이다. 관련 전적을 살펴보면 대부분 ‘편각원偏却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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