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7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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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鼎州 덕산德山의 제9대 주지 원명圓明스님은 법명을 연밀緣密이
                라 하며 운문의 계승자 중에서 가장 많은 제자들에게 법을 전하였

                다. 스님은 3구를 창안하였는데 하늘과 땅을 덮는(函蓋乾坤) 1구, 파
                도 가는 대로 물결 가는 대로의(隨波逐浪) 1구, 모든 흐름을 단번에
                끊는(截斷衆流) 1구가 그것이다. 오늘날 이것이 운문3구로 전해지고
                있는데 자세히 살피지 않은 것이다.            489



                그러니까 이것은 운문3구가 아니라 원명3구라 해야 옳다. 그런 점에

             서 『벽암록』의 원문은 약간의 착오를 안고 있다. 다만 원명스님의 3구
             가 운문스님의 종풍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

             러므로 운문3구가 운문스님의 것이 아니라 해서 그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3구는 1구를 깨달으면 나머지 2구가 밝아지는 삼위일체의 관계에
             있다. 『기신론』의 일심문, 진여문, 생멸문이 우열의 관계가 아닌 것처럼

             운문3구는 상호 평등하게 통일되어 있다.
                ①의 ‘지之’ 자는 단순 생략이다. 목적격 대명사이지만 생략해도 뜻에

             는 변함이 없다.
                ②의 ‘자연自然’을 ‘불방不妨’으로 바꾸어 표현하였다. 이 두 단어는 어

             록에서 ‘기특奇特’과 결합하여 ‘뛰어나다고 할 만하다(不妨奇特)’, ‘저절로
             뛰어나다(自然奇特)’는 뜻을 전달한다. 대부분 비슷한 맥락에 비슷한 뜻

             으로 통용되는 글자이다. ‘불방기특不妨奇特’이 더 일반적인 표현이라 생
             각하여 이것으로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
              489   萬松老人評唱天童覺和尙頌古從容庵錄』(T48, p.256b), “鼎州德山第九世圓明
                 大師, 諱緣密, 雲門嗣中唯師傳嗣最廣. 師創三句, 函蓋乾坤, 截斷衆流, 隨波逐
                 浪.今傳爲雲門三句者, 檢討不審也.”



                                                            제18장 현요정편 ·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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