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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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세계의 중생들이[이와 같은 세계의 6도중생들이] 비록 몸과 마음
에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이 없어 계정혜를 원만하게 갖췄다 해도 대
망어를 하면 삼매가 청정하지 못해 애착과 견해의 마구니가 되어 여
래의 씨앗을 상실하게 된다.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고, 깨닫지 못
한 것을 깨달았다 하는 일이 그것이다. 혹은 세상에서 제일 높고 뛰
어나다는 인정을 받기 위해 사람들 앞에서 나는 이미 깨달음의 과보
를 증득했다[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도, 벽지불승, 10
지를 증득했다거나 10주, 10행, 10회향의 보살 지위를 증득했다]고
말하면서 예경과 귀의를 바라고 공양을 탐내기도 한다. 이런 사람은
일천제로서 부처의 씨앗을 소멸시켜 버리는 것이 마치 칼로 패다라
나무를 자르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은 영원히 선근
을 죽여 버려 다시는 부처의 지견에 돌아오지 못하고 3계의 고해에
빠져 삼매를 성취할 수 없다고 하셨다.
[내가 열반한 뒤 모든 보살과 아라한에게 당부하여 저 말법의 시
대에 응신으로 나타나 다양한 모습을 지어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도
록 했다. 사문으로, 재가 거사로, 국왕으로, 백관으로, 동남동녀로,
나아가 매춘부로, 과부로, 간음자로, 도둑으로, 도박꾼으로, 장사치
로 나타나 그들과 함께 일하며 부처의 수레를 칭찬하고 찬탄하여 그
몸과 마음이 삼매에 들도록 하게 하였다. 그렇지만 결코 자신이 진정
한 보살, 진정한 아라한이라고 스스로 말하지 말라고 했다. 부처의
비밀스러운 인연을 누설하여 말세의 공부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말해
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만 생명이 끝날 때에 은밀히 부촉하는 일만
은 허락하였다. 왜 그런가? 그런 사람들은 중생들을 혹하게 어지럽
혀 대망어를 짓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세상 사람들을 가르치되 삼매
를 닦은 후 다시 모든 대망어를 제거하게 해야 한다. 이것을 여래, 제
제19장 소멸불종 · 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