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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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짓는 악업이 넷이다. 몸으로는 살생, 도둑질, 음행의 죄를 짓고,

             마음으로는 탐진치의 죄를 짓는다. 입으로는 거짓말(妄語), 번드레한 말
             (綺語), 두 말(兩舌), 욕설(惡口)의 악업을 짓는다. 그 순서상 거짓말이 다

             른 것에 우선하므로 그 악업의 정도가 높다. 거짓말 중에서도 큰 거짓
             말(大妄語)이 있다. 이 대망어大妄語는 깨닫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 깨달

             았다고 말하는 악업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인 부처의 지견을 여는
             일을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므로 큰 거짓말이다.

                물론 살생, 도둑질, 음행으로 인한 업보도 크다. 아무리 수행을 해도
             살생하는 마음을 끊지 않으면 귀신과 나찰의 세계에 떨어진다. 도둑질

             하는 행위와 마음을 끊지 않으면 도깨비의 세계에 떨어진다. 음행하는
             행위와 마음을 끊지 않으면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 성취

             가 없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 악한 마음을 끊지 않으면 청정한 삼매를
             얻을 수 없다.

                이렇게 하고도 남는 것이 대망어의 죄업이다. 탐진치의 악업을 끊고,
             욕설과 두 말과 꾸미는 말을 끊고, 거짓말을 끊었다 해도 대망어는 남

             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깨닫지 못해 놓고 깨달았다고 말하는 일은
             십중팔구 상당한 수행을 쌓은 수행자에게서 일어난다. 이때 명리를 탐

             하는 마음은 애욕의 마군(愛魔)이 되고, 자기가 성인과 동등하다고 보는
             사견은 견해의 마군(見魔)이 된다. 이것은 아직 자라지 않은 벼 이삭의

             성장을 돕는다고 그것을 뽑아 올리는 일과 같다. 벼가 익을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망어는 부처가 될 가능성을 아예 소멸

             시켜 버린다. 스스로 깨달음을 자처하는 대망어가 성불의 싹을 자른다
             는 것은 일천제 성불을 설한 경전인 『대열반경』에서도 강조한 바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자. “나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제19장 소멸불종 · 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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