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9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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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어찌 망절妄竊하리오.



                현대어역  보지 못했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말씀하시기를, 증득하지

                못하고 증득했다고 하면[하는 자는] 증상만으로서 위대한 반야를 비
                방하는 일[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은 빈천한 사람이 자기가 왕이라고

                거짓으로 말하다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일과 같다. 더구나 어떻
                게 진리의 법왕이라고 거짓으로 사칭할 수 있겠는가?



             [해설]  『대혜어록』에서 가져온 문장이다. 대혜스님에 의하면 깨달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분종사를 만나는 일이다. 본분종사의 가르
             침은 자성이 인연 따라 모양을 짓듯 저절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

             래서 자유롭다. 깨달음을 사칭하는 증상만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은
             무수한 경전의 말씀들을 외워 스승의 자리에 오르지만 자신의 생사조

             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증득하지 못하고 증득했다고 사칭하는 증상만은 위험하

             다. 자기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을 끊을 뿐만 아니라 후학들의 길도 함
             께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그 죄가 1천 부처님이 세상에 출

             현한다 해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 했다. 성철스님의 비판은 어정쩡
             한 체험을 자랑하며 스승의 법좌에 높이 올라 명예와 이익을 탐하는

             선문의 적폐를 직격하고 있다.
                ①의 ‘자者’ 자를 생략하였다. 원문은 깨달음을 사칭하는 ‘사람’이 증

             상만이라는 뜻이다. 성철스님은 그렇게 사칭하는 ‘일’이 증상만에 해당
             한다고 표현하고자 한다. 수행의 현장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써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②의 ‘인人’ 자를 생략하였다. 앞에서 사람을 가리키는 ‘자者’를 지워




                                                            제19장 소멸불종 ·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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