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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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다.



               현대어역  진실로 그 실질이 없다면 모양을 떠나 그림자를 말하는 것

               과 같고, 곡식과 천을 버리고 밥과 옷을 말하는 것과 같다. 언어적
               표현이 많을수록 실질적 효과는 더욱 멀어지고, 마음의 구성이 치밀

               할수록 큰 활용은 더욱 어긋나게 된다. 인연에 매달리는 일이 거셀
               수록 성불의 바른 인연은 더욱 피폐해진다. 그것을 속히 버린다면 그

               래도 막을 방법이 있겠지만 그것에 휩쓸려 돌아올 줄 모른다면 지옥
               에 가는 일로 끝나게 될 것이다.



            [해설]  중봉스님의 『산방야화』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한 주지가 질문

            을 한다.
               “순경과 역경에 따라 희노애락이 일어나 마음을 뒤흔들고, 잠시 소홀

            하면 재앙과 욕됨이 연이어 찾아온다. 옛날의 부처님이나 조사들은 어
            떠했는가?”

               이 질문에 중봉스님은 이름(名)과 실속(實)이 부합해야 한다는 도리로
            답변한다. 주지란 성불에 이르는 바른 인연을 잡아(持) 불법이 오래 머

            물도록 하는(住) 사람이다. 그러므로 주지를 맡는 사람은 자신이 이러한
            실질을 갖추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

               이 인용문은 이름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는 경우를 지적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주지의 이름에 맞는 실질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주지의 실질이란 어떠한 것인가? 멀리로는 과거 부처님의
               가르침의 본체를 받들고, 가까이로는 모든 조사들의 교화 방편을
               갖추어야 한다. 안으로는 스스로의 진실한 마음을 유지하고, 밖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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