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7 - 정독 선문정로
P. 937

미오未悟한 종적蹤跡을 다시는 답착踏著하지 않으니 몽매夢寐에서 각성

                한 자에게 그 몽중사夢中事를 재연하라 하면 그가 비록 기억은 하되
                추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참학參學하는 고사高士는 당연히 오달悟達

                로써 표준을 삼을 것이니 차此는 오달悟達함이 심난甚難한 까닭이다.



                현대어역  깨닫지 못한 사람에게 깨닫고 난 이후의 경계를 말해 주기
                어렵다. 그것은 마치 눈이 먼 사람에게 하늘의 맑음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이 들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미 깨달은
                사람은 깨닫기 전의 행적을 다시 밟을 일이 없다. 그것은 마치 꿈에

                서 깬 사람에게 그 꿈속의 일을 해 보라고 하는 일과 같다. 기억하기
                는 하지만 재연하지 못하는 것이다. 참선 수행을 하는 수행자는 깨달

                음을 준칙으로 해야 한다. 그러므로 깨달음이 또 하나의 어려움이라
                하는 것이다.



             [해설]  송대 불인요원스님의 「간절히 알리는 글(痛諭文)」을 요약한 중

             봉스님의 법문이다. 불인스님은 소동파와의 교유로 널리 알려진 바로
             그 선승이다. 불인스님은 이 글에서 참선 수행에 있어서의 네 가지 쉬

             움(四易)과 네 가지 어려움(四難)을 말한다.
                네 가지 쉬움이란 무엇인가? 첫째, 자기가 이미 부처이므로 쉽다. 둘

             째, 따로 스승을 찾을 필요가 없고 부처에게 공양하려면 바로 스스로
             에게 공양하면 되기 때문에 쉽다. 인위적 행위가 없는 것이 부처이므로

             쉽다. 셋째, 경전 독송, 예불, 6바라밀, 좌선 등을 실천할 필요 없이 배
             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하면 잠을 자고 인연에 맡기고 가는 대로 따르면

             되기 때문에 쉽다. 집착하지 않는 것이 부처이므로 쉽다. 넷째, 머리를
             깎거나 몸을 수고롭게 할 필요도 없고 가족 친지를 떠날 필요도 없이




                                                            제19장 소멸불종 · 937
   932   933   934   935   936   937   938   939   940   941   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