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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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역 원오가 [도보로] 서촉을 벗어나 [먼저 옥천사의 승호承皓선
사를 뵙고, 다음으로 금란사의 신信선사,] 대위산의 모철慕喆선사, 황
룡산의 회당晦堂선사 [여산 동림사의 상총常總선사]에게 공부하였다.
이들은 모두 그를 가리켜 법의 그릇이라 하고, 회당은 나중에 임제
일파가 모두 그대에게 속하게 되리라 하였다. 마지막으로 오조법연을
만나 언어를 벗어난 온갖 수단을 다 보였으나 오조는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오조가 억지로 사람을 바꾸려 한다면서] 불손한 말들
을 하고는 버럭하며 떠났다. 오조가 “그대가 한바탕 열병에 시달리게
될 때 비로소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고 하였다. 원오가 금산에
이르러 극심한 열병을 앓게 되었는데 평소의 견처로 시험을 해 보았
지만 힘이 되는 것이 없었다. 이에 오조의 말을 기억하고 스스로 맹
세하였다. ‘나의 병이 잠깐이라도 좋아지면 바로 오조에게 돌아가리
라.’ 병이 나아 돌아가니 오조가 그를 보고 기뻐하며 참선당에 들도
록 하였다.
[해설] 『벽암록』의 저자인 원오스님은 수행과 깨달음의 생애에 있어서
두 번의 병을 만나 이를 큰 계기로 삼는다. 원오스님은 출가 초기 경전
공부에 매진하다가 죽을 뻔한 병을 앓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경전 공
부를 통해서는 생사를 대적할 깨달음이 얻어질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
에 서촉을 떠나 선지식의 회상을 두루 찾아다니며 참선 공부에 전력을
기울인다. 그 대표적인 선지식으로는 옥천사의 승호承皓선사, 금란사의
신信선사, 대위산의 모철慕喆선사, 황룡산의 회당晦堂선사, 여산 동림사
의 상총常總선사 등이 꼽힌다. 이 스승들은 모두 원오스님의 성취를 높
이 평가해 주곤 하였다.
그런데 오조법연스님만은 어떻게 해도 그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
제19장 소멸불종 · 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