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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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라는 말이 쓰인다. 그러나 성철스님은 지해적 차원에서는 바른 앎과

             바른 견해가 생길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원오
             스님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대들의 눈을 가려서 보아도 보지 못하고, 귀를 막아서 들어도 듣
                지 못하게 하라. 코를 막아 냄새 맡지 못하게 하고, 입을 막아 말하
                지 못하게 하며, 몸을 지워 아픔과 가려움을 알지 못하게 하라. 뜻

                의 기관(意根)을 끊어 분별할 수 없도록 하라. 바로 이럴 때가 오히
                려 좋은 소식이다. 이는 생각이나 의식으로 분별하고 따지는 시비
                의 경계가 아니므로 안의 작용과 밖의 경계를 내려놓고 앎과 견해
                를 세우지 않아야 한다. 진리니 이치니 하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이

                해와 알아차림을 제거하라. 부처와 조사가 있다고 보지 말라. 그런
                뒤라야 보신불, 화신불의 머리 위에 걸터앉게 될 것이다.                  500



                이처럼 지해를 배제하는 것이 선문의 정통이라 할 수 있다. 지해를
             일으키는 아뢰야식의 근본무명을 뿌리까지 단절하여야 진정한 깨달음

             이라 할 수 있다는 성철스님의 주장이 근거하는 바이기도 하다.
                ①의 ‘원오圓悟’는 추가된 단어이다. 독립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주제

             어를 밝힌 것이다.
                ②의 ‘도보로 서촉에서 나왔다’는 구절에서 ‘도보徒步’가 생략되었다.

             서촉에서 옥천사가 있는 호북성 형주荊州까지는 수로를 이용하는 경우




                 『
              500  圓悟佛果禪師語錄』(T47, p.766c), “塞却爾眼, 教爾覷不見. 塞却爾耳, 教爾聽不
                 聞, 塞却爾鼻, 教爾嚊不得. 塞却爾口, 教爾說不得. 拈却爾身, 教爾不知痛痒. 坐
                 却爾意根, 教爾分別不得. 正當恁麼時, 却是好箇消息. 且不是情塵意想分別計較
                 得失是非境界, 也須是罷却機境不立知見. 不作道理, 除却解會. 不見有佛祖, 然後
                 可以坐斷報化佛頭.”



                                                            제19장 소멸불종 ·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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