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4 - 정독 선문정로
P. 944
래서 화를 내며 그를 떠나게 되는데 이때 다시 한 번 큰 병을 앓게 된
다. 극심한 열병의 고통 속에서 자신의 견처를 가지고 대처해 보았지만
전혀 힘이 되지 않았다. 이에 병이 나은 뒤 법연스님에게 돌아가 활구
를 참구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 몸의 병이 불법 수행의 병과 궤를 같
이 하고 있어 흥미롭다.
성철스님은 극심한 병고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몽중일여가 되어야 하
고, 생사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숙면일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
면서 이렇게 말한다.
몽중일여도 안 되는 사지악해邪知惡解로써 일시一時의 허환虛幻한
명리를 탐하여 중생을 현혹하면 이는 자오오인自誤誤人하여 소멸불
종消滅佛種하는 일대마군一大魔軍이므로 종문정전宗門正傳들은 이를
극력 배제한 것이다. 499
부처의 씨앗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대반야를 비방하면 그 씨앗이
소멸되어 싹이 트지 못한다. 부처와 선지식을 비방하면 부처의 씨앗이
소멸된다.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음을 자처한다면 부처의 씨앗이 소멸
된다. 이것은 여러 경전에서 두루 말하는 바이다.
그런데 성철스님은 여기에서 알고 이해하는 지해가 부처의 씨앗을 소
멸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성철스님에게 있어서 수행에 개입
하는 모든 앎과 이해는 곧 삿되고 악하다. 그러므로 활구참구를 통해
일체의 지해를 내려놓는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래 불교에는 삿된 앎과 견해에 상대되는 바른 앎과 바른 견해(正知正
499 퇴옹성철(2015), p.407.
944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