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0 - 정독 선문정로
P. 980
전문傳聞으로 불성을 보느니라.”로 번역하여 그것이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傳聞) 차원임을 강조한다. 문견聞見에 들어서 안다는 뜻이 없는 것
은 아니지만, 그것은 눈으로 보는 안견眼見과 달리 직접성, 실제성이 충
분하지 않은 간접적 차원임을 드러내는 표현으로 이해된다. 이것을 전
해 들었다고 번역한 것은 그 문견의 의의를 더욱 낮추고자 하는 의도에
의한 것이다.
원래 『대열반경』에서는 문견聞見이 안견眼見에 비해 못하다고 말하기
는 하지만 그것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불지에 이르러 안견眼見을
29
성취하게 될 때까지 문견聞見을 닦아야 한다고 권장 하는 입장이다. 경
전은 점수의 논리에 충실하므로 이것은 당연한 일에 속한다. 성철스님
은 이것을 ‘전해 들은(傳聞)’ 것으로 번역함으로써 성철선적 내려놓음, 즉
지해적 차원의 유사 깨달음에 대한 배격과 극복의 메지지를 분명히 드
러내고자 한 것이다.
한편 ‘일체중생一切衆生’을 생략하여 일체중생에서 9지보살에 이르기
까지는 귀로 듣고 믿는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원래 문장을 ‘9지에
이르기까지는’으로 단순화하였다. 바로 뒤의 ‘~에 이르기까지’, 혹은 ‘나
아가’의 뜻을 갖는 내지乃至가 이것을 대신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
다. 다만 일체중생을 생략하지 않으면 일체중생과 10지보살, 9지보살
이 구분되는 관계에 있게 된다. 9지, 10지, 등각에 이르기까지 모두 깨
닫지 못한 중생 범부임을 강조하는 성철선의 입장에서 보면 보살과 일
체중생을 구분하는 이 구절은 설법의 효과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이것
을 생략하여 보살의 간접적 깨달음과 부처의 직접적 깨달음을 명확하
『
29 大般涅槃經疏』(T38, p.181b), “上云十住聞見至佛眼見, 若欲聞見眼見, 應當受持
十二部經, 故有勸修.”; “上就究竟證爲眼見, 分證爲聞見. 今約凡夫修習中取聞見,
得道力強眼見.”
980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