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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경이 아니라면 바로 버려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토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오 역시 마찬가지여서 그것은 간접적으로 보는 문견
聞見과 같은 것으로서 이것을 극복할 때 직접 보는 안견眼見, 즉 실질적
깨달음인 증오證悟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8장 「오매일여」의 장에서는 실참으로 안내하기 위해 실제적 체험
으로 확인되는 삼매의 경계를 제시한다.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
가 그것이다. 보통 선문에서 말하는 무심이나 오매일여, 생사일여는 불
이론의 원리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이해하는 일만 가지고도
스스로 그러한 경계에 도달했다고 자처하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 동정일여, 몽중일여, 숙면일여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매우
구체적이다. 실제로 그러한 체험을 했는가, 그 체험이 현재 유지되고 있
는가 하는 점을 스스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면
일여 등은 스스로의 수행이 도달한 실제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대단한 지견을 얻고 휘황한 경계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그
경계가 꿈속에 일여한지 깊은 잠이 들었을 때도 일여한지 반드시
점검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망상의 인연으로 나타난
경계이지 바른 깨달음이 아님을 스스로 알아야 한다. 33
자기를 속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몽중일여, 숙면일여의 여부는 스
스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서 성철스님은 몽중일여는 아직
제6의식 차원이고, 숙면일여는 제8아뢰야식 차원으로서 두 차원 모두
33 퇴옹성철(2015),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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