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5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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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니까 대혜스님이 도달했던 제7지 무상정의 몽중일여 경계는 물론이

             고, 제8지 이상 멸진정의 오매일여 경계 역시 결국은 극복해야 할 새로
             운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 점은 성철선의 또 다른 종지인 구경무심

             론에 해당하므로 장을 바꿔 논의하게 되겠지만 그것은 이와 같이 돈오
             원각, 실참실오의 논의와 함께 통일되어 제시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편 제11장 「내외명철」의 장에서는 내외명철이 실경계의 체험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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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을 강조하여 “실제로 견성한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다.” 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역대의 선사들 역시 이를 실경계로 체험한 일을 전하고 있다.
             『혈맥론』에서는 내외명철을 성인의 표징으로 보면서 이를 성취하기 전

             에 태양보다 밝은 광명의 출현을 언급한다. 이를 통해 남은 습기가 다
             사라지고 법계의 자성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러한 실경계 체험에 이어

             궁극의 깨달음이 뒤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것은 “부처만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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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있는 일일 뿐 설명할 수 없다.” 고 말하고 있다.
                내외명철의 설법은 바로 앞의 대원경지에 꼬리를 물고 전개된다. 대
             원경지는 그 어휘의 상징성으로 인해 자신이 체험한 어떤 경계를 그

             것으로 해석하는 아전인수격 착각이 일어나기 쉽다. 그래서 대원경지
             의 특징인 내외명철을 실제 경계로 제시한 것이다. 첫 인용문의 해설을

             “경지鏡智로 관조하여 내외가 명철明徹하면 이것이 견성” 이라는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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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한 것이 그 증거가 된다. 이 해설이 겨냥하는 6조스님의 원래 문장






                 은 부정과 배격의 의미가 강하다. 『백일법문』의 관련 내용은 퇴옹성철(2014),
                 pp.282-283 참조.
              35   퇴옹성철(2015), p.239.
              36   達磨大師血脉論』(X63, p.4a), “如人飲水冷暖自知, 不可向人說也. 唯有如來能知,
                 『
                 餘人天等類, 都不覺知.”
              37   퇴옹성철(2015), p.239.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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