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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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의 진리와 하나가 되는 궁극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이 점검 기준으로 제시한 숙면일여의 실경계 역시 완전한 깨
달음의 길목에 있는 하나의 관문일 뿐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다. 숙면
일여의 고요한 무심에서 활발한 묘용으로 되살아나는 일이 있어야 하
기 때문이다. 이때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공안을 들거나 선지식을 만나
활연대오하면 모든 것이 원래 이러할 뿐임을 알게 되는데 이것이 견성
의 본뜻이다. 그와 동시에 일체의 시비분별이 떨어져 나가고 불법의 이
치와 승묘한 경계까지 모두 떨어져 나간다. 가볍고 자유롭게 세상과 한
몸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크게 되살아남(大活)의 풍경이다. 이 사중
득활은 설법자에 따라 크게 죽어 크게 살기(大死大活), 영원히 죽어 영원
히 살기(常死常活), 완전히 죽어 완전히 살기(全死全活), 죽은 뒤 소생하기
(死後更蘇)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중득활은 한 생각도 일어
나지 않는 무심(一念不生), 앞과 뒤의 시간적 끊어짐(前後際斷), 비추는 본
체만 남는 경계(照體獨立), 요컨대 크게 죽는 일의 실증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성철스님은 여기에서 일념불생 등을 오매일여로 환치하고 이것을 투
과해야 진정한 견성이라고 강조점을 바꾼다. 사중득활 설법의 특징과
의의를 이해하려면 성철스님의 무심에 대한 규정이 극히 제한적이며 협
의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철스님은 제6식의 망상이 소멸해도
제8아뢰야식의 미세번뇌가 남아 있다면 그것을 무기무심, 혹은 가무심
이라고 본다. 무기무심은 승묘한 경계이기는 하지만 결국 제8마계이므
로 이것을 넘어 진여의 진무심眞無心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이다. 그
34
『
34 백일법문』에서는 제8아뢰야식 경계를 대무심지로 표현한다. 이것을 『선문정로』
에서는 가무심으로 표현을 바꾼다. 아뢰야식 경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 있
어서 동일하지만 대무심지는 긍정적 의미 부여가 없지 않다. 이에 비해 가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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