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6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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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지혜로써 관조하여 내외가 명철하면” 으로 되어 있다. 원문의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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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에서 6조스님의 지혜는 반야지혜를 가리킨다. 바르고 진실한 반야
(正眞般若)로 관조하면 일찰나간에 허망한 생각이 모두 소멸한다는 것
이다. 성철스님은 이 지혜를 대원경지(鏡智)로 번역한 것이다. 말의 차이
에 불과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반야지혜를 내외명철
과 언어적 친연성이 있는 대원경지로 옮기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
로써 제8아뢰야식의 멸진으로 구현되는 대원경지를 내외명철의 설법과
바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지혜관조=대원경지=견성=해탈=무념’의 등식
에 내외명철의 항목이 추가된다.
내외명철은 뚜렷한 실경계 체험이라는 점에서 성철스님에게 중요하
다. 반야지혜로 관조한다는 것은 이원적 사유를 벗어나 불이중도의 눈
으로 본다는 뜻이다. 자아와 대상세계의 분할, 지옥과 극락의 구분, 중
생과 부처의 차별이 없는 실상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이론의 상
식으로 대부분의 수행자들은 자신이 이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러나 실제로는 대원경지도 실경계이고, 반야지혜도 실경계이며, 중도불
이도 실경계이다. 따라서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대부분 착각일
가능성이 높으며, 알고 이해함이 남아 있는 한 깨달음은 없다.
이처럼 알고 이해하는 일과 실제적 깨달음의 체험 간에는 넘을 수
없는 단층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뢰야식은 물론 분별적 관
념조차 떨치지 못한 입장에서 스스로 중도불이의 반야로 관조하고 있
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내외명철은 그 경계가 분명하다. 이것
을 기준으로 자신이 심신의 차별상에 묶여서 안과 밖을 별개로 인식하
『
38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1a), “智慧觀照, 內外明徹.”
39 六祖大師法寶壇經』(T48, p.351a), “智慧觀照, 內外明徹, 識自本心. 若識本心, 卽
『
本解脫. 若得解脫, 卽是般若三昧, 卽是無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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