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0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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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리상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5



               이에 비해 1981년의 『선문정로』에서는 현수스님의 설을 적극 채용한다.



               부처님의 말씀인 『능가경』에서도 제7식은 본체가 없는 것이라 하였
               고, 명말 4대 고승 중 한 분인 감산스님도 제7식은 본체가 없다고
               하였다. 어디 거기에 그치겠는가? 8식설이 유식의 학설이기는 하지

               만 정작 법상종의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에서는 제6식과 제8식만
               거론하였을 뿐 제7식은 나오지도 않는다. 이런 여러 자료를 근거로
               추론할 때 제7식설은 『해심밀경』 이후 호법護法 계통 유식학파의 학
               설이지 부처님의 말씀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46



               제7식의 인정에서 부정으로 입장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처럼 제

            7식에 대한 논의를 생략하거나 그 근거에 대해 회의하게 된 이유는 무
            엇일까? 이러한 문제 의식을 갖고 다시 살펴보면 성철스님이 6추에 대

            해서도 별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직 아뢰야식의 3
            세, 그중에서도 뿌리가 되는 무명업상의 소멸에 논의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사 제7식이 설정된다 해도 논의의 대상이 될 일
            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로지 아뢰야식 3세의 타파만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기에는 복잡하고 치밀한 논리가 수행의 실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심층 번뇌(아뢰야)와 표층 번뇌(의식)의
            중간에 말나식을 설정하게 되면 논의가 복잡해져서 말과 생각이 꼬리




             45   퇴옹성철(2014), p.372.
             46   퇴옹성철(2015),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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