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1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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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철스님은 논리적 치밀함보다는
실천적 효용성을 택한다. “말나식을 변론하지 않아도 수도상에 관계없
다.”는 말은 실질적 효용성을 중시하는 성철선의 한 특징과 관련되어 있
는 것이기도 하다.
말나식은 나(我)와 나의 것(我所)을 집착하는 자아의식을 가리킨다.
이 자아의식의 소멸은 수행의 중요한 실천 과제가 된다. 말나식은 무기
이지만 자아(我)를 집착하므로 탐진치의 근본이 되는 다양한 번뇌를 생
산한다. 『유식삼십송』에서는 이것이 아라한의 멸진정과 출세도出世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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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소멸한다 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아의식의 소멸을 견성으로 이해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자아가 소멸함에 따라 나와 대상경계의 구분이 사라지는 체험
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성철스님은 이 단계에 의미를 두는 일을 제8마
계에 머무는 일로 규정하여 극력 배제한다. 제8아뢰야식인 극미세망상
까지 영단한 무여열반이라야 진정한 무심이고 견성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비판적 논의를 전개한다.
만약에 객진번뇌客塵煩惱가 여전무수如前無殊하여 6추도 미제未除한
해오解悟를 견성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법을 파멸하는 용서할 수 없
는 대과오이며 불조佛祖의 반역이다. 48
성철스님은 현수스님의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논의를 전개하지만
보다 큰 목적은 표면적 자아의식의 소멸을 깨달음으로 인정하는 수행
『
47 唯識三十論頌』(T31, p.60b), “有覆無記攝, 隨所生所繫. 阿羅漢滅定, 出世道無有.”
48 퇴옹성철(2015), p.68.
부록 - 성철선의 이해와 실천을 위한 시론 · 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