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2 - 정독 선문정로
P. 992
풍토의 비판적 성찰에 있었다. 따라서 제7말나식에 대한 논의를 생략
한다는 현수스님의 입장에 적극 동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6의식과
제7말나식의 소멸에 의미를 두지 말고 제8아뢰야식 3세의 궁극적 소멸
에 수행의 핵심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한다. 불성을 뚜렷하게 보
는 견성은 심의식이 완전히 소멸한 구경무심의 성취를 통해 일어난다.
구경무심은 구체적으로 아뢰야식의 소멸을 통해 구현된다. 그러니까 무
심의 순도와 견성의 진실성은 아뢰야식 3세의 타파 여부에 의해 결정된
다. 성철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몽중일여夢中一如의 화엄 7지위七地位는 아직 6추의 영역이요, 숙면
일여熟眠一如인 자재위自在位에서 비로소 제8리야第八梨耶인 3세이
니, 8지에는 6추가 없고 불지佛地에는 3세가 없다. 선문禪門에서는
장식藏識을 제8마계第八魔界라 하여 극력 배척함은 미세장식微細藏
識을 타파하지 않으면 견성할 수 없으므로 오직 정법正法을 위한 노
파심老婆心의 발로發露이다.
49
성철스님은 이렇게 교가의 지위설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위설과 심의식의 소멸을 연결시키고 있다. 아
뢰야식 근본무명의 타파가 있기 전까지는 구경무심이라 할 수 없고 더
더구나 견성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처럼 성철
선은 진폭이 큰 무심의 의미를 3세의 타파로 한정하면서 아뢰야식의
차원에 머무는 일을 거듭 경계한다. 아뢰야식은 무장애성(無覆)과 무분
별성(無記)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번뇌가 소멸했다고 여겨 여기에 머
무는 경우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49 퇴옹성철(2015), p.72.
992 · 정독精讀 선문정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