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6 - 정독 선문정로
P. 996

여래의 지혜도 그와 같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아는 일체지一切智, 애쓰

            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자연지自然智, 나와 남의 경계에 걸리지 않
            고 모두 아는 무애지無礙智를 본래 갖추고 있지만 번뇌망상이 먼지처럼

            이것을 덮고 있어서 여래의 지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망상의 먼지만
            제거한다면 이미 갖추어진 여래의 지혜가 저절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의 문장에서 밑줄 친 부분과 같이 ‘일체지一切智’의 ‘지智’
            자를 생략하였다. ‘지智’ 자를 생략하면 명사로서의 ‘일체지一切智’가 관

            형어 ‘일체의’가 된다. 이를 통해 첫째, 여래의 모든 지혜를 묶어서 표현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생이 수행을 통해 여래의 지혜를 증득하

            면 자연지自然智, 무사지無師智, 무애지無礙智, 일체지一切智, 일체종지一切
            種智 등의 현전을 얻게 되는데, 이것을 ‘일체의’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일체지와 일체종지의 미묘한 차이를 고려하였던 것
            으로 보인다. 일체지와 일체종지는 동의어로 쓰이는 경우도 있고 구별

            하여 쓰이는 경우도 있다. 구별하여 쓰이는 경우, 일체지는 보살지, 일
            체종지는 불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因·과果의 관계에 있다. 그러니까

            일체지는 인위因位로서 성문, 연각도 갖추고 있지만 일체종지는 과위果
            位라서 여래만이 갖추게 된다. 이에 대한 『대지도론』의 정의를 보자.



               일체지는 성문, 벽지불의 차원이고, 도지道智는 모든 보살지의 차원
               이며, 일체종지는 부처의 차원이다. 성문, 벽지불에게는 일체지만
               있고 일체종지는 없다.
                                   57


               성철스님은 미세망상으로부터 이탈한 구경무심이 곧 견성이고, 견성



                『
             57   大智度論』(T25, p.259a), “一切智是聲聞, 辟支佛事, 道智是諸菩薩事, 一切種智
                是佛事. 聲聞, 辟支佛, 但有總一切智, 無有一切種智.”



            996 · 정독精讀 선문정로
   991   992   993   994   995   996   997   998   999   1000   1001